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저는 많은 싸움에 연루됐습니다. 그 싸움의 발단은 거의 ‘반말’에서 시작됐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전주에서의 시간들이 저를 더욱 거칠게 만들어 놓았던 것 같습니다. 등교하고 2~3일이 지났습니다. 복도에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한 녀석이 제 어깨에 팔을 무겁게 걸칩니다. “에이! 너무 무섭다~, 너무 폼 잡지 말지?” “죽이기 전에 꺼져라.” 깜짝 놀란 토끼눈이 되어 금새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친구들을 여럿 데리고 옵니다. “야, 너 어디서 왔냐? 중학교 어디 나왔어?” “…참, 별 희한한 놈들 다 보겠네, 그거 알아서 뭐하게…다시 한 번 반말했다가는 머릿가죽을 벗겨 버릴라니까 그냥 꺼져라. 응?” “끝나고 좀 남지?” 그렇다고 정말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학년 갈색 넥타이가 아니라, 한 학년 위, 그러니까 저하고 나이가 같은 2학년들까지 저하나 잡겠다고 대거 몰려왔습니다. 이후로도 하루가 멀다하고 복도로, 교실로 쫓아다니는데 귀찮을 지경이었습니다. 이러다가 학교를 또 떠나 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도 피하지 않고 싸우러 다녔습니다. 외로웠습니다. 동창 하나도 없고, 아는 친구도 하나 없으니 늘 혼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