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강단에서 구분하여 쓸 말들
「불신자」와「비신자」
교회에서 쓰는 말 중에 ‘불신자’(不信者)와 ‘비신자’(非信者)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두 말에서 ‘불’(不)자와 ‘비’(非)자는 일부 한자 말 앞에 붙어 그 말을 ‘아니다’라고 부정(否定)하는 뜻을 나타내는 것에서는 동일하나 ‘불신자’라는 말은 기독교 입장에서 볼 때 신앙생활의 여부를 가려서 믿지 않는 ‘행위’적인 것을 주된 뜻으로 지칭하는 말이고, ‘비신자’라고 할 때는 어떤 신앙의 대상을 갖지 않은 무종교인의 ‘신분’적인 것을 주된 뜻으로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예 컨대 불교와 천도교, 회교, 유교 등을 신봉하는 사람은 기독교의 신앙을 갖지 않았더라도 타종교를 신앙하는 종교적 신분을 가졌기 때문에 ‘비신자’는 아니되 ‘불신자’는 되고 기독교와 타종교의 신앙 모두를 갖지 않을 때는 종교적 신분이 없으니 ‘비신자’(비종교인)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독교에 속했더라도 회의론자(懷疑論者)는 사실상 ‘불신자’로 보아야 한다. 성경에 있는 ‘불신자’라는 말(고전10:27, 딤전5:8)도 역시 무종교적 신분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를 배교(背敎;背道)한 자와 불신자를 같이 적시(摘示)한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불신자’와 ‘비신자’는 모두 전도의 대상이긴 하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기독교의 신앙을 갖지 않은 자는 물론 기독인이라도 확신이 없는 사람은 ‘불신자’에 속한자이다. 결국 ‘불신자’는 비기독인, ‘비신자’는 무종교인을 말하는데 이를 구분 없이 쓰면 청중이 지칭인물의 종교적 신분이해를 오해할 수 있으므로 유념해야 한다.
「장본인」과「주인공」
설교자들 중에서 성경의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지칭할 때 ‘장본인’이라는 말과 ‘주인공’이라는 말을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예컨대 <요나>선지자가 니느웨성 사명을 저버리고 다시스로 도피 중 선상풍랑(船上風浪)을 만나 풍랑의 원인 규명을 위해 제비를 뽑으니 요나가 원인자로 지목되어 물속에 던짐을 받게 되었다. 이 사건에서 요나가 ‘장본인’이냐 ‘주인공’이냐 구분의 문제인데 여기에서 ‘장본인’라는 말은 ‘어떤 부정적인 일의 발단이 되는 근원을 제공하여 그 일을 일으킨 바로 그 당사자’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고 ‘주인공’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교훈이 되는 사건의 중심인물’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예를 들면 광야 40년 동안 출애굽 선민을 진두지휘했던 <모세>와 그의 후계자로서 가나안을 정복 입성한 사건의 대표적인 인물인 <여호수아>, 이 두 사람은 ‘주인공’이냐 ‘장본인’이냐의 지칭 문제이다.
이상 두 경우에서 요나의 경우는 부정적인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원인자이기 때문에 ‘장본인’으로, 모세와 여호수아의 경우는 공을 세운 교훈적 사건에 중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므로 ‘주인공’으로 각각 지칭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본인’과 ‘주인공’을 구분이 없이 쓰면 어떤 사건의 긍정적, 부정적 인물 묘사에 오해가 생겨 인물과 사건이 주는 구속사적 교훈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므로 이를 유념해야 한다.
김석한 교수, 천안대 신학대학원 실천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