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열명 중 세명만 ‘오늘 하루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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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열명 중 세명만 ‘오늘 하루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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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라틴 아메리카, 선진국보다 높아

나이지리아 73%로 최고…한국 15%로 뒤에서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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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어땠습니까? 그저 그랬습니까, 좋았습니까, 아니면 나빴습니까?” 
 

 일상의 행복감을 묻는 아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질문이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매년 ‘글로벌 태도 서베이’를 실시할 때 이 질문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연례조사에서 퓨리서치센터는 세계 38개국 4만2천명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떤 반응들이 나왔을까? 응답자들의 대부분은 “그저 그랬다”고 말했다. 열명중 여섯명(62%)이 이렇게 답변했다. 유럽 사람들은 이 비율이 73%로 훨씬 높았다. 좋은 하루를 보냈다고 답변한 사람은 열명 중 세명(30%)에 그쳤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각각 49%, 48%로 훨씬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이 절반을 넘는 나라는 조사대상국 가운데 6개국에 그쳤다. 나이지리아가 73%로 가장 높았고, 이어 콜롬비아(61%), 가나(60%), 브라질(56%), 필리핀(53%), 페루(50%) 순이었다. 서방국가 중에선 미국인들이 44%로 가장 긍정적이었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답변했을까? “오늘 하루 좋았다”고 답변한 비율이 15%로 매우 낮았다. 조사를 실시한 아시아태평양 7개국 평균치인 30%의 절반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 비율이 폴란드(11%)에 이어 꼴찌에서 세번째였다. ‘그저 그랬다’는 답변은 81%, ‘나쁜 하루였다’는 답변은 4%였다. 그래도 일본에 비하면 긍정 비율이 두배나 됐다. 이웃 일본은 긍정 비율이 7%로 조사 대상국중 가장 낮았다. 대륙별로 보면 유럽과 아시아태 태평양 지역 사람들의 긍정 답변 비율이 낮고, 아프리카와 중남미, 북미 지역 사람들의 긍정 답변 비율이 높았다. 이런 차이의 원인은 무엇일까? 몇가지 이유를 추정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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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흥미로운 것은 이 질문에 대한 긍정 응답과 유엔인간개발지수(HDI) 점수가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삶의 질을 측정하는 인간개발지수 점수가 높은 나라는 보통 국민소득이 높고 수명이 길며 학력이 높다. 그러나 이 점수가 높은 나라의 사람들은 긍정적 답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선진국에선 삶의 질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 웬만해선 이를 충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저널 <사회적 영향력>(Social Forces)에 발표된 호 멜버른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연구 결과를 보면, 근무시간이 짧은 나라일수록 오히려 일과 삶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세계에서 근무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에 속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1989년엔 노동자의 25%만이 근무시간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2005년 조사에선 당 근무시간이 그때보다 11시간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시간이 길다는 답변이 40%에 육박했다. 반면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개발도상국에선 조그마한 변화에도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세계 최빈국들이 몰려 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사람들의 긍정 답변 비율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문화적 차이다. 한국과 일본 사람들의 긍정 비율이 유독 낮은 것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문화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정신 문화를 지배해 온 유교권에서 자라온 이 지역 사람들은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데 익숙해 있다. 중국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어 이 부분을 비교할 수 없었다. 정치적, 종교적 배경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다. 긍정 비율이 높게 나온 미국의 경우, 보수의자(48%)와 중도파(47%)가 자유의자 또는 진보파(34%)보다 긍정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왔다.


 객관적 결과를 도출해내기가 어려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뭘까? 퓨리서치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하루에 대해 묻는 것은 즐겁게 인터뷰를 시작하기 위한 기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면접자와 응답자 사이의 어색함이 풀어지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둘째는 대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시작하면 응답자의 마음이 편안해져 다음 질문을 이어가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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