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교사들 병 키우며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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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교사들 병 키우며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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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기후-풍토… 1인 다역으로 과로… 열악한 의료 시설…
 

아프리카 탄자니아 등에서 20여년 사역한 윤모(58) 선교사. 최근 급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귀국해 투병 중이다. 선교사로 떠나면서 모든 재산을 처분했던 그는 마땅한 거처도 없어 지인 집을 전전하며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2000년 11월 아시아 C국으로 파송 받았던 이재근(50) 선교사는 지난해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말 동료 선교사로부터 간이식을 받은 뒤 회복 중이다.

‘빨간불’ 켜진 선교사 건강관리

선교사들이 아프다. 기후와 풍토 등 낯설고 열악한 사역 환경 특성상 질병에 노출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현지 사역에 매달리다 아픈 몸을 추스르지 못해 병을 키우는 이도 적지 않다는 게 전·현직 선교사들의 현장 진단이다. 선교사 건강관리를 위한 종합 대책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뉴질랜드장로교회 아시안 사역 총무 출신인 한경균 목사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낯선 환경, 의료시설 부족, 열대기후 등이 선교사들의 건강을 빼앗는 주된 요인”이라며 “더위뿐 아니라 추위, 건조한 기후도 선교사들의 신체·정신 건강에 위험 요소들이다. 10년 정도 사역하면 몸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고 전했다.

환경 등 외부요인 외에도 1인 다역 등으로 바쁜 선교사들이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박상은 효산의료재단 샘병원 대표원장은 “선교사들이 건강을 아끼지 않고 사역하는 중에 유독 검사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이들이 있다”면서 “치료 공백기에 따라 병세를 더 악화시킬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들이 관리하는 ‘장기 환자 선교사 명단’은 선교사들의 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세계선교부 김지한 간사는 “선교사들의 질병 유형을 보면 각종 암부터 우울증, 혈압 이상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면서 “세계선교부도 수년 전부터 긴급자금지원부터 병원 연결, 후속 조치에 이르기까지 환자 선교사를 위한 지원 방안을 체계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교사 건강관리 제도 보완돼야”

주요 선교 단체나 교단 선교부서에서는 선교사들의 심신 건강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안식년 제도나 건강검진 및 상담 등이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해외선교위원회는 교단 소속 선교사들이 4년마다 안식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안식년에 귀국해 선교사 재교육과 부부상담, 건강검진을 하고 선교사 재계약 시엔 건강검진 결과를 반드시 첨부토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단체에서는 선교사들을 위한 원격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도 검토 중이다. 조용중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은 “의사와 상담사, 심리치료사 등이 원격으로 선교사들과 상담할 수 있는 ‘모바일 멤버 케어 시스템’을 만들려고 계획 중”이라며 “선교사들의 지속적인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교사 파송 단체를 중심으로 선교사 건강관리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박 원장은 “1년에 한 차례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는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귀국이 어렵다면 캄보디아의 헤브론병원이나 에티오피아의 MCM, 말라위의 누가병원처럼 한국인이 세운 선교지 병원에서도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선교사들에게 진료 편의를 제공하는 국내의 ‘선교사 지원 병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장창일 양민경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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