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하나님께 입양된 자예요”
생후 1개월 때 마음으로 낳아 올해 꼭 10살이 된 둘째 딸이 있다. 모태신앙의 특혜로 8살이 되자마자 아이들 눈높이의 신앙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일주일 교육과정의 ‘왕의 친구 학교’와 6개월간의 ‘빛의 열매 학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집에서 아이와 씨름하며 벌이는 전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것만 같았다. 무언가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는 나와 일주일간 오직 말씀 앞에만 서야했던 긴장을 마음껏 풀어보려는 아이와의 갈등은 컸다. 아이와 대화는 “도대체 왕의 친구 학교에서 뭘 배우고 온 거니? 이럴 거면 다시는 가지마.”라는 나의 협박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놀기 좋아하고, 집중하는 시간은 짧은 아이를 보며 마음 한 켠에 일어나는 생각. “안 될수록 더욱 복음밖에 없지 않은가. 나에게 소망이 없기에 더욱 말씀을 붙들 수밖에 없지 않는가.”
쉽지는 않았지만, 묵상과 성경읽기를 빼먹지 않도록 했다.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앉아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가랑비에도 옷이 젖듯 아이는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새 아이 안에 원형의 생명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묵상 시간에 하나님을 만나려는 열심이 생기고, 눈물로 열방을 위해 기도하게 된 이랑이. 어떤 훈련과 사람의 말이 아이를 바꿀 수 있을까. 오직 살아계신 말씀과 성령님의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발적으로는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는 우리의 죄 된 존재를 바꾸어 결국 내가 서야할 자리는 나를 부인하는 십자가라는 것을 어린 아이의 마음에도 더욱 확증시켜 주시는 말씀의 권위를 볼 수 있었다.
지난 여름, 일주일간의 ‘왕의 친구 학교’가 끝나고 돌아온 딸아이는 해같이 빛나는 얼굴로 달려와 말했다.
“엄마, 내가 입양아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주님이 믿음으로 나누게 해주셨어요.” 너무 뜻밖의 이야기에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질문에 이랑이는 말했다. “우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 입양된 자라는 것을 알게 해주셨어요.”
놀라웠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접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아이에게 심어주기 위해 공개입양을 택했다. 또 그동안 이랑이가 입양에 대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도록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조차도 이런 영적인 의미를 깨달아 나누지는 못했었다.
아이 역시 사람들이 입양 사실을 알고 자신을 다르게 생각할까봐 두려웠다고 했다. 그런데, 주님이 아이에게 직접 말씀해 주셨다. 엄마의 백 마디 말보다 아이를 창조하신 아버지 하나님의 한마디 말씀이면 충분했다.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얼마나 세밀하고 친절하게 자기의 자녀와 관계하시는지…. 몸에 전율이 일었다. 복음의 능력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자꾸 반복해서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아이 때문에 화가 났다. ‘죄송해요. 이제는 안 그럴게요.’라는 말로 슬쩍 넘어가지만 죄의 자리를 떠날 마음이 없는 아이에게 잘못했다는 말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이는 울면서 내게 또 무언가 말하려 했다. “죄송하다고 하지도 말랬지?”, “아니예요. 엄마, 그 말이 아니고…. 감사해요.” 우물쭈물하던 아이의 입술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움찔했다.
“제가 똑같은 잘못을 계속 하는데도 엄마는 나를 사랑해 주시고, 돌보아 주시고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물이 왈칵 났다. 내 사랑을 믿어주는 아이가 고마웠다. 아무리 화를 내고 야단을 쳐도 내 본심이 사랑과 관심임을 의심치 않도록 붙들고 계신 주님께 감사했다.
끊임없이 내 손에 든 열매를 내밀며 주님 앞에 서려고 하는 내게 주님 또한 이것을 기다리고 계셨을 것이다. 하나님의 본심을 알기를…. 그 분의 사랑이 얼마나 한결같고 영원한지, 전심으로 드리는 감사의 고백. 날마다 내 사랑하는 주님께 올려드린다. [GNPNEWS]
이귀영
필자는 선교사로 헌신한지 4년차로 하나님나라 부흥과 선교완성의 영광에 사로잡혀 순종의 걸음을 걷고 있다. 미디어 영역으로 열방을 섬기는오후경 선교사와 함께 세 자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