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관계 속에서 - 이장우 목사
깨어진 관계 속에서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수평적인 관계인 사람과의 관계와 수직적인 관계인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수평적인 관계와 수직관계 모두 다 중요합니다. 이 두 관계가 틀어지고 깨어지면 그 인생도 질그릇 깨어지듯이 깨어지는 것입니다. 사무엘상18장에서 사울과 다윗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홍해가 갈라지고 요단강이 갈라지듯이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울은 사람과의 관계도, 하나님과의 관계도 깨어지는 삶을 삽니다. 사울과 다윗과의 만남은 사울에게서 여호와의 영이 떠나고 악령이 그를 번뇌하며 고통스럽게 할 때에 다윗이 수금 잘 타는 것이 알려져 사울의 치유를 돕기 위해서 왕의 부름을 받음으로 사울과 만나게 됩니다. 사울 앞에 선 다윗을 사울이 크게 사랑하여 자기의 무기를 드는 자로 삼으며 다윗을 가까이에 둡니다(삼상16:21).
블레셋 사람을 쳐 죽이고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를 한 후에 다윗은 사울 앞으로 인도되어 서게 됩니다. 사울은 나라를 구하는 일에 큰 공헌을 세운 다윗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자기 곁에 함께 머무르게 합니다(삼상18:2).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윗을 군대의 장으로 삼는 중요한 직책을 맡깁니다(삼상18:5) 사울의 곁에는 다윗이 함께 있었습니다.
사울과 다윗과의 가까운 관계에 그만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사울과 다윗이 돌아올 때에 여인들의 노래하며 춤추며 하는 소리가 사울의 귀에 거슬렸고 심기를 건드려 불편하게 했던 것입니다. 여인들이 뛰놀며 노래하기를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삼상18:7)라고 합니다. ‘만만’이라는 숫자는 ‘무수한’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선두에 있다는 의미로 ‘우두머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윗이 죽인 자의 수효로 묘사된 ‘만만’이라는 숫자는 보통 군인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뛰어난 ‘우두머리’나 행할 수 있는 용맹스런 전과임을 나타내는 상징적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사울은 ‘만만’보다 적은 수인 ‘천천’으로 자신의 치적을 노래한 산술적 의미 때문에 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더 나아가서 그 노래에는 다윗이 사울 왕보다 더 훌륭한 ‘우두머리’라는 의미까지 내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불쾌해 하며 심히 노하였던 것이다. 사울이 ‘그의 더 얻을 것이 나라밖에 무엇이냐’(8절)라고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데는 왕위로 이해될 수 있는 ‘우두머리’란 의미까지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의 왕위가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알고 있었기에 사울의 뚜껑이 열려버린 것입니다. 앞으로 사울과 다윗의 여론조사에서 사울은 점점 떨어지고 다윗의 지지도는 상승할 것임을 눈치 채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날 악령이 사울에게 내리매 사울이 집안에서 정신없이 떠들어 대기를 시작합니다. 다윗이 사울의 이런 속마음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사울을 진정시키고 치료를 돕기 위해서 수금을 타고 있는데 바로 이 때 사울의 손에는 창이 들려져 있었습니다. 사울은 창으로 다윗을 죽이리라고 하고 다윗을 향하여 창을 던졌으나 다윗이 두 번이나 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돕고 있는 다윗과의 관계도 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울은 꼴도 보기 싫은 다윗은 자기 곁에서 떠나게 하고 군대의 장에서 천부장으로 강등시켜 떠나보냅니다.
사울의 불행은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사람과의 관계만 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하나님과의 관계도 깨어진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사울을 떠나시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18:12). 하나님이 사울을 떠났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말렉을 진멸하라는 명령을 받고 불순종했을 때에도 “여호와께서 왕을 버려”라고 했고, 하나님께서 사울을 버리고 다윗을 차기 왕으로 기름 부었을 떼도 “여호와의 영이 사울에게서 떠나고...”(삼상16:14)라고 말씀합니다. 사울에게서는 사람도 떠나도 하나님도 떠나고 사울은 버림받는 자, 거친 광야에 홀로 버려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경우에도 깨어짐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하나됨 속에서 사는 것입니다.
이장우 목사
성남열방교회 담임